시장동향
l2018-08-21
지난 7월 달 중순에 좀 믿기 어려운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중고차 매매업체에서 상품용으로 취득하는 모든 중고차에 대해서 1.05% 취득세를 내도록 행정안전부가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말이 안 되는 얘기라 생각해서 그럴리가 있나 하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어제 똑 같은 내용의 얘기를 다른 경로를 통해서 또 듣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구체적입니다. 늦어도 다음 주 중으로 개정안을 확정하고 이후 곧 국회로 이송을 한다는 것입니다.
전언을 통해서 들은 얘기이다 보니 여전히 설마 그럴리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고는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찜찜한 마음이 그치치 않습니다. 몇 가지 안 좋은 쪽으로 연상되는 기억이 되살아 나기도 합니다.
자동차 취득세는 지방세로 지방세법에 그 과세 기준이 규정되어 있고, 감면 기준은 지방세특례제한법에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법을 관할하는 정부 부처는 행정안전부입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에 상품용 중고차가 수출업체로 판매되어 직접 말소가 되게 되면 그 차를 수출업체에게 판매한 중고차 매매업체에게 감면된 취득세를 추징해야 한다는 이상한 유권해석을 했다가 빗발치는 시정 요구에 따라 지난 달 말에 유권해석을 번복한 전례가 있는 기관입니다.
또한 2,860만원 이상으로 취득한 상품용 중고차에 대해서 1.05%의 취득세를 부과하는 현행 예외 과세기준을 폐지해 달라는 업계의 요구에 대해서도 들은 척 하지 않고 있습니다. 호화 사치 품목에 대한 과세 기준을 완화할 수 없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그 차를 소유하거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판매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이전등록(취득)을 하는 매매업체가 왜 그런 호화나 사치행위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위 고가격 취득 상품용 차량에 대한 취득세 예외 과세만으로도 중고차 매매업계의 불만과 고통이 만만치 않은데 이번에는 한 술 더 떠 아예 모든 상품용 증고차(경차 제외)에 대해 1.05%의 취득세를 부과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전해 들은 것입니다.
기가 막힐 일입니다. 이제 까지 중고차 매매업계에서 그토록 부르짖었던 상품용 중고차의 명목적, 형식적 이전등록 특성을 행정안전부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남 들이 다 내는 자동차 취득세이니 중고차 매매업체도 당연히 내야 한다”거나 “어차피 특혜성 감면이므로 최소한 이 정도(15/105 × 취득세 7% 기준시 1.05%)만 내도록 하는 것도 매매업체에 대해 혜택을 주는 것이다”라는 것이
행정안전부의 생각인 듯 합니다
중고차 매매시장을 정규 시장이 아닌 난장(亂場)으로 간주하는 관점에서는 위 행정안전부와 같이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불투명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난장 영역에 대해 7%의 취득세를 1.05%로 낮추어 주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큰 시혜(施惠) 조치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7%를 다 받아도 되는데 그나마 매매업계가 형편이 어렵다 하니 1.05%로 낮추어 받겠다고 생색을 내는 듯 합니다.
상품용 중고차에 대한 취득세 1% 부과 제도가 과거에 존재하기는 했습니다. 2009년 5월 19일 이전에는 매매용 중고차에 대해서는 취득가의 1%를 등록세로 납부하기도 했습니다. 이 당시에는 지방세법이 아닌 각 도의 도세감면조례로 등록세 5%를 1%로 감면했습니다. 당시에는 지역에 따라 사업자거래 비율이 50%도 되지 않는 지역이 있을 정도로 중고차시장이 불투명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상품용 중고차의 형식적 이전등록 특성을 인정 받아 2009년 5월 이후에는 취득세(등록세) 완전 면제가 실행되었고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것입니다.
이번에 행정안전부가 왜 상품용 중고차 취득세 1.05% 일괄 과세안을 추진하려 하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세수가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세목에서 초과 징수가 예상된다는 것은 이미 신문에서 자주 보도된 사실입니다. 특히 중고차 부문에서는 작년에 엄청난 규모로 세수가 증가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매매상사가 납부하는 부가가치세, 상사대표나 매매사원이 납부하는 종합소득세, 그리고 상사대표나 소비자가 부담하는 취득세 모두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국세의 경우 국세청이 그런 사실을 인정했고 취득세 증가도 올해 10월에 행정안전부의 2017년 지방세 통계연감이 공개되면 확실하게 증명될 사실입니다
중고차 거래 투명성도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작년 7월 중고차 판매시 현금영수증 발급이 의무화되면서 확실해진 사실입니다. 거래불투명과 그에 따른 세금신고 불투명을 이유로 매입부가세 인정비율을 9/109로 축소 운영하려던 기획재정부도 국세청 통계를 통해 중고차 세금 신고의 투명성 개선을 확인하고 나서는 2019년 매입부가세 인정율을 다시 10/110으로 연장해서 국회로 이송을 했습니다. 바로 며칠 전의 얘기입니다.
그런데 왜 유독 행전안전부는 형식적인 상품용 중고차 이전등록 행위에 대해 취득세를 부과하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방세 교부율 확대를 요구하는 위한 지자체들의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서, 특혜성 감면제도를 정비하는 명분으로 취득세를 건드리려 하는지 모르겠지만 중고차시장은 행안부의 해우소(解憂所)가 아닙니다.
중고차 매매업체가 상품용 중고차를 매매상사 앞으로 이전등록하는 것은 소유하거나 사용하려는 목적이 아닙니다. 자동차 관리법의 규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영업을 하기 위한 절차적 행위 입니다. 미등록 전매나 위장 당사자거래를 포기하고 당당하게 영업을 하기 위한 준법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매매상사 이전등록 비율이 높아질수록 중고차시장이 투명화되고 관련 세수가 늘어나고
소비자 보호의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됩니다.
일본에서도 중고차 매매업체의 상품용 중고차 이전등록에 대해서는 실질적 취득으로 간주되지 않아 취득세의 납부의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일본 지방세법 113조에 그런 내용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아래가 그 법 조항입니다.
(自動車取得?の納?義務者等) / 第百十三?
1.自動車取得?は、自動車の取得に?し、?該自動車の主たる定置場所在の道府?において、?該自動車の取得者に課する。
2. 前項の「自動車」とは、道路運送車?法 第二? 第二項に 規定する 自動車を いい、同法第三?の 大型特殊自動車及び 小型特殊自動車?びに 同?の 小型自動車及び經自動車のうち二輪のもの(側車付二輪自動車を含む。)を除くものとし、前項の「自動車の取得」には、自動車製造業者の製造による自動車の取得、自動車販?業者の販?のための自動車の取得その他政令で定める自動車の取得を含まないものとする。(전항의 "자동차의 취득」에는 자동차 제조업의 생산에 의한 자동차 취득, 자동차 판매업자의 판매를 위한 자동차 취득 기타 정령으로 정하는 자동차의 취득을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한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 취득세라는 이름의 세금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유사한 형태의 세금도 없습니다. 단지 판매세(Sales & Use Tax)라는 세금이 있을 뿐입니다. 굳이 우리나라와 비교한다면 부가가치세 정도의 세목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나마 중고차 매매업체나 딜러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주에서 이러한 판매세가 면세 조치되어 있습니다. ?허가 받은 자동차 딜러는 면세를 신청할 수 있다거나(오하이오 주), 판매세 규정은 딜러들이 매입한 자동차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미주리 주)는 식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주리 주의 면제 규정 / EXEMPTION 3: DEALER TITLE
Missouri Sales Tax will not be assessed on a vehicle acquired by a registered Missouri motor vehicle or boat dealer for resale
오하이오주의 면세 규정 / RN Resale, New/Used Dealer
A motor vehicle dealer (new, used, leasing, salvage, or out-of-state) obtaining title for resale may use this exemption. The Clerk of Courts will record on the title the current dealer's permit number and/or vendor's license number. RC 5739.02(B)(15)
일본이나 미국의 취득세 적용 사례로 미루어 볼 때도 이번 행정안전부의 상품용 중고차 취득세 일괄 부과안이 얼마나 임의적인지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지난 7월 19일 정부에서는 신차판매 승용차에 대해 개별소비세를 기존 5.0%에서 3.5%로 30% 인하하는 자동차 소비진작책을 전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신차판매 증대를 통해 내수 경기의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비단 이번 뿐 만이 아니라 신차 판매시장의 경우 경기 상황 등 환경 변화로 판매대수가 감소하거나 혹은 감소가 예상될 경우에는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판매 지원책을 내 놓곤 했습니다. 2015년 8월부터 2016년 6월말까지도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30% 감면했었습니다. 또한 2012년 9월에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개별소비세를 인하하기도 했습니다.
신차만 자동차이고 중고차는 자동차가 아닙니까? 세금 감면의 혜택을 주어 판매를 증대하고 그에 따라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목적이라면 거기에 왜 중고차는 제외되어야 합니까? 아니 혜택을 주지는 못할 망정 왜 없던 세금을 과세하여 결국 중고차 가격이 올라가 중고차 거래가 줄어들게 만드냐는 것입니다. 상품용 중고차에 대해 일괄적으로 취득세 1%가 과세되게 되면 결국 그 증가된 세금이 가격으로 전가되어 중고차 판매가격이 상승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짊어지게 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중고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신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 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신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개별소비세까지 깍아 주어 보호하면서 중고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상품용 차량 취득세 인상에 따른 부담을 짊어지게 하는 것이 과연 약자와 서민보호를 최우선으로 부르짖는 이 정부가 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일본의 중고차 관련 조세제도를 살펴 보면 정부가 중고차시장의 활성화를 개념적으로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고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누구이고 그들에게 어떠한 혜택을 언제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를 깊이 연구하고 고민하여 시행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일본이 중고차 유통과 관련하여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경매장 활성화율을 유지하고 있거나 전세계 중고차 수출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우연한 결코 일이 아닙니다.
중고차시장이 더 이상 난장이나 개똥참외 밭으로 방치되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정부의 자동차 관련 정책 담당자들이 중고차 유통의 의미와 그 시장 활성화의 중요성을 이해하여 구체적인 대책을 내 놓아야 할 때 입니다. 작년 7월 현금영수증 제도 실행에 따른 세금부담 증가로 많은 중고차 매매사원들이 이 시장을 떠나고 있습니다. 매매사원을 구하지 못한 매매상사가 폐업을 하고 그런 폐업이 이어지면서 일부 매매단지에서는 상시 공실(空室)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편적인 생각으로 중고차에 대한 세금 부담을 늘리게 되면 중고차거래가 필연적으로 장외로 새어 나가게 됩니다.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업자와 소비자가 담합을 하여 위장 당사자거래를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렵게 60% 수준을 넘어선 사업자 거래비율이 10년 전의 50% 수준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부디 제가 전언으로 들은 소식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폭염으로 장사도 안 되는데 그 안 팔리는 중고차에 자꾸 세금만 쌓이게 되면 중고차시장 사람들의 억장이 녹아 내리게 됩니다.
이제는 중고차시장도 관리나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정규 시장이라는 점을 정부가 꼭 기억해 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