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정부가 자동차 관련 각종 이력정보 제공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미 개방되어 있는 것도 있고 조만간 확대 개방되기로 예정되어 있는 정보들도 많은 듯 합니다. 어느새 우리는 정보와 데이터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정보와 데이터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하고, 관리하는 데이터의 수준과 품질에 따라 사업의 수준과 수익성이 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부끄러운 점도 있습니다. 정부나 기타 공공기관에 대해 더 많은 데이터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그런 데이터의 실체와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기왕에 공개되고 있는 정보나 데이터에 어떤 것이 있는지 모르기도 하고 그런 것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도 못한다는 것입니다. 블록 체인 시대가 올 거라고 얘기하지만 그 블록 체인을 구성하는 정보나 데이터의 실체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중고차에 대한 이력정보로 가장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보험개발원의 카히스토리(www.carhistory.or.kr) 입니다. 2003년에 처음으로 제공되기 시작한 이래 카 히스토리는, 국내에서 유일한 자동차 사고이력 전문 레포트로서, 중고차 거래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이력정보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사고 수리에 따른 부품, 공임 및 도장 비용의 지급 금액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기타 용도 변경이나 소유권 변동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침수, 도난, 전손 이력 등도 부기적으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고차 거래시 매우 중요한 고려 사항인 주행거리 정보는 아직 제공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최근에 정부에서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는 “자동차 365” (www.car365.go.kr) 사이트에도 각종 자동차이력 제공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중고차 이력조회와 관련해서는 압류/저당, 정비/사고이력, 성능상태 점검이력, 검사이력, 주행거리이력, 자동차세체납, 의무보험가입 여부 등 이력 정보가 제공대상으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언뜻 보면 매우 방대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 제공되는 내용을 확인해 보면 실망스런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정비나 성능상태 점검에 대한 이력이 제공대상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 내용을 확인해 보면 이력 자체가 아니라 정비나 성능점검을 한 횟수만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아래 샘플이 그런 사례의 하나입니다.

일반 이용자 입장에서 정비이력 횟수나 중고차 성능상태점검 횟수가 그리 유용한 정보가 될 리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 법률 아래에서는 어쩔 수 없이 위와 같이 제공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인해 자동차관리법 시행령에 그렇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공될 수 있는 이력 정보는 “횟수” 등 매우 제한적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아래가 그 관련 규제 법률입니다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제14조의3(제공 가능 정보).
법 제69조의2제1항에 따라 자동차소유자 등에게 제공할 수 있는 자동차이력관리 정보의 내용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자동차소유자의 동의가 필요한 정보
가. 법 제14조에 따른 압류등록 및 「자동차등 특정동산 저당법」에 따른 저당권등록 정보
나. 「지방세법」에 따른 자동차세 체납 정보
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5조에 따른 보험 등의 가입 정보
라. 정비이력 정보(자동차정비업자가 법 제58조제8항에 따라 법 제69조에 따른 전산정보처리조직에 전송하는 사항을 말한다)
마. 중고자동차 성능·상태 점검 정보(자동차매매업자가 법 제58조제8항에 따라 법 제69조에 따른 전산정보처리조직에 전송하는 사항을 말한다)
바. 폐차 정보(자동차해체재활용업자가 법 제58조제8항에 따라 법 제69조에 따른 전산정보처리조직에 전송하는 사항을 말한다)
사. 그 밖에 법 제7조에 따른 자동차등록원부 기재사항 중 국토교통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2. 자동차소유자의 동의가 필요하지 아니한 정보
가. 자동차등록번호, 차명, 차종, 용도, 양도연월일 및 최초등록일자
나. 법 제14조에 따른 압류등록 및 「자동차등 특정동산 저당법」에 따른 저당권등록 건수
다. 법 제43조에 따른 자동차검사 및 법 제43조의2에 따른 자동차종합검사의 이력
라. 「지방세법」에 따른 자동차세 체납 횟수
마.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5조에 따른 보험 등의 가입 여부
바. 자동차 정비 횟수
사. 중고자동차 성능·상태 점검 횟수
아. 폐차 여부

정보 제공시 자동차 소유자의 동의를 전제로 한 위 법 규정(시행령 제14조의3, 제1호)은 어떤 식으로든 보완이 되길 기대합니다. 개인정보 비식별화를 전제로 하되, 공리주의(功利主義, utilitarianism)적 차원에서 폭 넓게 공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매매업체 앞으로 이전 등록된 상품용 차량에 대해서는, 시행령 제14조의4에 따라, 소유자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시행령 제14조3의 1호 정보를 모두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에 따라 제공되는 정보의 사례가 아래의 샘플입니다.

매매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상품용 차량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한 정보가 제한 없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세부 항목을 클릭하면 디테일 한 내용이 모두 표시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 모두가 표시됩니다. 이 정도면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이 됩니다.

그러나 매매업체의 상품용 중고차 외의 일반 중고차에 대해 제공되는 이력정보는 여전히 매우 제한적입니다. 법률에 의해 2013년 이후로는 중요 자동차 관리이력이 모두 교통안전공단에 전송되어 관리되고 있지만 그 중 제한 없이 공개되고 있는 정보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참고로 교통안전공단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는 자동차 종합정보 개방 플랫폼(Data Free Zone)에 열거되어 있는 세부 항목에는 웬만한 자동차 이력정보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116조(자동차관리사업자의 전송 의무) ① 법 제58조제8항에 따라 자동차관리사업자가 전산정보처리조직에 전송하여야 하는 사항은 다음 각 호의 구분과 같다.

1. 자동차매매업: 별지 제82호서식의 중고자동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자동차가격조사·산정서) 중 다음 각 목의 사항
가. 자동차 기본정보 / 나. 자동차 종합상태 / 다. 사고·교환·수리 등 이력 / 라. 자동차 세부 상태 / 마. 자동차가격을 조사·산정한 내용(매수인이 가격조사·산정을 원한 경우 한정)

2. 자동차정비업: 별지 제89호의2서식의 점검·정비명세서 중 다음 각 목의 사항
가. 등록번호 / 나. 주행거리 / 다. 점검·정비의뢰일자 / 라. 사업자등록번호 / 마. 정비업등록번호 / 바. 업체명(대표자) / 사. 주소(전화번호) / 아. 점검·정비완료일자 / 자. 출고일자 / 차. 정비책임자 / 카. 별표 21의3에 따른 작업내용 구분

3. 자동차해체재활용업: 제143조제2항제2호에 따른 폐차인수증명서발급대장 중 다음 각 목의 사항과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촬영한 사진
가. 발급번호 / 나. 발급연월일 / 다. 등록번호 / 라. 차종 / 마. 차명·형식 / 바. 연식·주행거리 / 사. 소유자 주소·성명 / 아. 폐차처리 요구자 주소·성명

② 자동차관리사업자가 제1항의 사항을 전송하려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시기까지 전송하여야 한다.
1. 자동차매매업: 자동차이전등록 이전
2. 자동차정비업: 자동차 점검·정비명세서 발급 후 72시간 이내
3. 자동차해체재활용업: 폐차인수증명서 발급 이전
③ 자동차관리사업자는 제1항의 사항을 전송하려는 경우에는 전산정보처리조직에 「자동차등록령」 제6조의2에 따른 사용자 등록을 하고 전송하여야 한다. 이 경우 법 제67조에 따른 조합등 또는 법 제68조에 따른 연합회를 통하여 전송할 수 있다.

중고차에 대해 소비자들이 가장 알기 원하는 정보는 가격과 품질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가격과 품질은 개별 중고차의 운행이력을 통해 결정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사고유무나 주행거리, 사용용도 이력 등이 그러한 결정 요소가 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고차 가격과 품질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산정해 내기 위해서는 자동차의 이력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자동차의 이력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가격과 품질 수준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입니다.

최근 중고차 시세정보의 업 그레이드를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다고 하기도 하고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된다고 하기도 합니다. 행정전산망 상의 취득가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실 거래가격 수준의 중고차 시세제공 시스템이 도입된다고 하기도 합니다. 좋은 일입니다.
중고차 시장에는 마케팅이라 할 것이 별로 없습니다. 소비자들도 중고차시장 사람들에게 그런 마케팅 차원의 기대를 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틈새를 노려 인터넷 상에는, 온갖 화려한 용어로 포장된, 허위매물 사기꾼들의 기만적 유인행위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필요한 사실이나 정보를 소비자에게 정확히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어설픈 마케팅 보다 훨씬 효과가 있는 서비스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고차시장에 어떤 데이터나 정보가 축적 관리되고 있는지, 그러한 데이터나 정보 중 우리가 얻어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중고차시장에는 차를 잘 본다(진단 평가 기술이 좋다)거나 가격을 잘 놓는다(시세산정 기술이 좋다)는 평을 듣는 딜러들이 있습니다. 그런 특유의 역량이 중고차 영업이나 수익 유지의 차별적 경쟁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과거에는 그런 기술이 영업의 핵심요소였고 지금도 어느 정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그럴까요? 그런 기술이 어느 정도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그 중요성은 크게 떨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은 자동차 이력정보가 제공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정보를 통해서도 자동차의 가치와 가격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가격까지도 자동적으로 산정해서 제시해 주는 시스템이 대두될 수 있을 것입니다. 블록체인이나 인공지능이니 하는 기술이 모두 그와 관련된 기술입니다.

가치가 있는 정보를 제대로 제공할 때 소비자들이 마음의 문을 열게 됩니다. 중고차시장 사람들은 소비자들이 오로지 저렴한 가격에만 집착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쉽게 단정할 일이 아닙니다. 중고차 가치를 판단할 어떠한 정보도 제공되지 않을 때 최소의 가치에 상응하는 가격을 기대하는 것은 본능에 가까운 행동입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의 중고차 가격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동차의 이력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보의 공개가 가져오는 어쩔 수 없는 혼돈이 불안하기는 합니다. 내가 파는 중고차가 사고차 혹은 품질이나 성능상태가 염려되는 차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 않다거나 문제가 없다거나 등의 적당한(?) 말로 상황을 회피해 온 사례가 없지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더 이상 자동차의 이력 정보가, 감추어야 하거나 공개가 최소화되어야 하는 부(負)의 자산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중고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해 낼 수 있는 소중한 매개체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요즘 세상, 입에 발린 말을 그대로 믿을 정도로 소비자가 우둔하지도 않습니다. 마음을 보여주려고 어렵게 노력할 것이 아니라, 있었던 사실을 쉽게 보여 주는 것이 더 지혜로운 일입니다. 그것이 소비자가 더 원하는 바 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