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동향
l2018-07-31
최근 들어 국내 자동차시장의 침체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금년 상반기 중 각 신차 메이커의 판매실적(세금계산서 발행 기준)을 기준으로 볼 때, 현대 기아 자동차만 소폭 판매실적이 증가했고 나머지 5개 신차 메이커들은 전년 동기 대비 대부분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군산 공장 폐쇄 문제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한국 GM이 41.6% 감소했고 르노삼성도 22.6%나 감소했습니다. 대형트럭 제조업체인 타타대우도 40.2% 감소했고 버스전문업체인 대우버스도 14.3% 감소했습니다. 쌍용자동차가 그나마 상대적으로 선방하여 소폭의 감소(3.8%)에 그쳤습니다.
2017년 연간 판매실적(1,560,202대)이 2016년 실적(1,600,154대) 대비 2.5%(39,952대) 감소한 데 이어 다시 금년도 상반기에도 판매 실적이 감소한 것입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정부는 급기야 지난 7월 19일부터 "승용차 개별소비세 30% 감면"이라는 인위적 자동차 경기 부양책을 내 놓았습니다.
▲ 국내 메이커별 신조차 판매실적(세금계산서 발행 기준)
위 통계에는 해외에서 수입된 외산차 판매실적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외산차 판매실적은 등록기준 판매실적으로 파악이 가능합니다. 아래 자동차 신규등록 통계를 보면 금년 상반기에 국산자동차는 신규 등록대수가 6.4% 감소했지만 외산차는 15.6%라는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증가 요인으로서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판매재개 영향이 가장 크지만 기타 벤츠나 BMW의 판매대수도 견조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 자동차 신규등록 대수
중고차 해외 수출은 판매대수 측면에서는 큰 폭(+24.8%)으로 증가했지만 총 수출금액은 소폭(+2.2%)의 증가에 그쳐 수출업체들의 손익에 별 기여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수출 경로가 리비아나 캄보디아, 가나,예멘 등 노후 저가 차량 수요 국가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금년 누계 기준으로 대당 수출금액이 약 3,000불에 불과한 바 2012년의 대당 5,300불 대비 약 40% 이상 감소한 금액입니다. 중고차 수출업체들의 수출 채산성이 열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 중고차 해외수출 대수
중고차 거래대수도 지난해(-1.2%)에 이어 금년 상반기에도 -0.4%가 감소했습니다. 중고차 거래대수가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더구나 자동차 보유대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고차 거래대수가 감소한 것은 무언가 시장 구조상 부정적인 요인이 있지 않나 우려가 되고 있습니다. 아래 통계에서 보면 당사자거래가 줄어든 만큼 사업자거래 대수가 증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중고차 거래대수
지난 7월 19일부터 승용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가 현행 5%에서 3.5%로 줄어 들었습니다. 침체된 내수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긴급히 내 놓은 한시적 대책으로 금년 12월까지 약 6개월 간 시행되는 정책입니다. 2015년 8월에도 똑 같은 내용으로 연말까지 시행을 공표했지만 다음 해 2월에 다시 2016년 상반기까지 시행 기간을 연장한 사례가 있습니다.
개별소비세 인하시 신차 메이커들은 마케팅 효과를 더하기 위해서 세금 감면액 이상으로 추가 할인 조건을 제시하거나 기타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신차 구입의 좋은 기회로 여겨지고 그에 따라 상당폭의 신차판매 증가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개별소비세 인하조치가 중고차시장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신차와 마찬가지로 중고차도 거래대수가 어느 정도 늘어 나는지 궁금합니다. 과거 개별 소비세 인하 시점의 중고차 거래대수를 시행 전후의 거래대수와 비교해서 살펴 보기로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2000년대 이후 경기 부양책으로 자동차 개별 소비세를 인하 적용했던 기간은 아래와 같습니다
▲ 2000년 대 이후 개별소비세 인하 사례
위 적용 사례 중 비교적 최근의 기간인 2015년 ~ 2016년 그리고 2012년의 시행 사례를 기준으로 판매대수의 증감을 비교해 보기로 합니다.
▲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른 판매량 증감 추정 / 산업연구원(KIET) 분석
※ 국토교통부 통계(신규등록) 기준(단, 개소세 5.0% 기준은 산업연구원 추정 대수임)
위 통계 분석은 2015년 ~ 2016년 소비세 인하사례에 대해, '산업연구원'에서 만약 개별소비세가 30% 인하되지 않았을 경우 어느 정도의 판매 감소가 있었을 것으로 예측되는지를 분석해서 인하 여부에 따른 판매량 차이를 비교해 본 결과입니다. 이와 같은 증감 분석의 근거는 워낙 전문적인 통계 분석기법에 따른 것이므로 비 전문가의 입장에서 시비를 논하기 어렵습니다
어쨌든 위 산업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15년 9월 ~ 2016.6월 기간 중 개별소비세 30% 인하에 따라, 소비세가 인하되지 않았을 때 대비, 승용차가 약 18,000 대가 더 많이 팔린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국산차에서 1.2%, 수입차에서 3.0% 증대 효과가 나타나 상대적으로 수입차 판매 증대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보다 단순하게 증감 여부를 판단해 보기 위해 자동차 산업협회(KAMA)의 신차 판매 통계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등록기준이 아니라 세금계산서 발행을 기준으로 한 실 판매통계입니다. 아래가 2012년부터 2017년의 6년간 월간 판매대수 통계입니다. 붉게 표시된 부분이 개별소비세 30% 인하가 적용된 기간의 판매대수 입니다.
▲ 연도별, 월별 승용차 판매대수(계산서 발행 기준)
2015년 하반기 당시 세월호 침몰과 메르스 사태로 인해 국내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대적 소비활성화 대책이 시행되었는데 그 중 핵심 내용이 승용차 개별소비세 30% 인하였습니다.
개별소비세 인하가 시작된 2015년 9월 (정확히 말하면 8월 27일) 이후 승용차의 판매대수 증가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특히 2개월 째인 10월 이후 그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인하 종료 시점인 12월에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입니다. 그러나 그 여파로 다음해 1월에는 판매대수가 급감합니다. 당시 경기 침체를 우려한 정부에서는 2016.2월 들어 다시 그 해 6월까지 개별소비세 인하를 연장하게 됩니다.(1월 판매분도 소급 적용되었으나 실제로는 인하에 따른 판매대수 증가는 없었을 것으로 판단됨)
▲ 개별소비세 인하 기간 중 월별 신차판매 구성비 (비교 그래프)
위 그래프의 검은색 추세선은 2012년 ~ 2017년의 평균적 월별 판매구성비율입니다. 이 평균 판매구성비와 대조해 볼 때 확실이 소비세 인하기간인 2015년 9월 ~ 2016년 6월의 월별 판매구성비가 높게 나타납니다.(소비세 인하가 중단되었던 2016년 1월 제외)
▲ 개별소비세 인하 기간 중 월별 판매구성비 (6개년 평균 대비)
그렇다면 위 개별소비세 인하 기간 중 중고차 거래대수도 신차 판매대수와 마찬가지로 증가했을지 궁금합니다. 당연히 어느 정도 비례적인 증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은 되지만 의외로 신차판매와 같은 큰 폭의 증가 추세가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아래 통계는 2012년 ~ 2017년의 월별 중고차 총 거래대수(사업자거래 + 당사자거래) 통계입니다. 이전등록 건수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사업자거래대수가 중복으로 계상된 기준입니다. 통계표 중 붉게 표시된 대수가 개별소비세가 인하된 기간의 중고차 거래 대수입니다.
▲ 연도별, 월별 중고차 거래대수
위 통계 중 소비세 인하 기간의 월별 거래구성비를 따로 정리해 본 것이 아래 도표입니다.
2012년 ~ 2017년 기간의 월별 평균 구성비와 비교해 볼 때 대체로 소비세 인하 기간 중의 판매구성비가 소폭이나마 높게 나타나기는 합니다. 그러나 2015년 11월과 2016년 2월 및 4월은 판매구성비가 같거나 오히려 낮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신차판매 구성비와는 확연히 다른 추세입니다. 그래프를 통해서 보아도 소비세 인하기간 중 중고차 거래대수 구성비율이 기타 기간 대비 그리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음이 나타나 있습니다
▲ 개별소비세 인하 기간 중 월별 중고차거래 구성비 (비교 그래프)
▲ 개별소비세 인하 기간 중 월별거래 구성비 (6개년 평균 대비)
신차판매가 증가하게 되면 그에 따라 대체 중고차(Trade-in)가 증가하게 되고 그 물량이 중고차 시장에 유입되게 되어 중고차거래가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 본 중고차 이전등록 통계상으로는 그런 추세가 기대 만큼 아주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제가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 이유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단지 평범한 이유 몇 가지를 둘러 댈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신차를 구입하는 모든 사람들이 중고차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컨슈머 인사이트”라는 관련 연구기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전체0 차량 구매 중 '최초 구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기준 약 16%, 그리고 2017년 기준으로 약 12%”라고 합니다. 이러한 생애 최초 구매자들은 설사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라 신차를 구입한다고 해도 중고차시장에 매물을 증가시키는 효과는 주지 못합니다. 보유 중고차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중고차를 구매하려 했던 가망고객이 소비세가 인하된 신차를 구매하게 되어 중고차시장에는 불리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또 하나 사유는 신차 구입자가 대체 중고차를 가지고 있다 해도 그 대체 중고차가 그대로 폐차가 되거나 해외 수출이 될 경우 중고차시장의 매물증대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외수출의 경우 수출말소를 해 놓은 다음에 9개월 이내에만 수출이행신고를 하면 되기 때문에 수출가능 매물에 대해 우선 수출말소를 해 놓는 관행이 있으며 이에 따라 그런 물량은 중고차시장을 경유하지 않고 그대로 수출시장으로 빠지는 비율이 높습니다
기타 제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이유들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 위와 같은 이유 등으로 인해개별소비세 인하 조치에 따라 신차 판매대수가 증가한다고 해도 그 증가에 비례하는 만큼 중고차 거래대수가 늘어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비례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중고차 거래대수가 상당 폭 증가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최근 중고차 유통시장은 법령이나 세제 측면에서 여러 가지 도전적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나 비판적 시각도 전혀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중고차시장 사람들의 자각과 주도적 행동이 필요한 때 입니다. 이번 개별소비세 인하는 직접적으로 중고차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중고차시장 사람들이 이를 하나의 활성화 계기로 삼아 무언가 시도해 볼 수는 있을 것입니다.
개별 매매사원들이, 매매업체가, 매매단지가, 중고차 매매조합이 그리고 중고차 연합회가, 왜? 무엇을? 어떻게? 해 볼 것인지 고민하고 실행에 옮겨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